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중국 경제는 여전히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또 “개별 국가의 기술관리 정책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불만을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23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기술 패권을 추구하거나 타국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각국이 선택한 기술관리 방식과 공공정책, 세계 기술 시스템에 평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주석은 이어 “기술 혁신과 보급, 이용에 넓은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며 “선진국만을 위하거나 특정 국가의 안보 표준을 모든 국가에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외국 기업에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왕 부주석은 중국 경제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로 낮아진 데 대해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