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산 2500만달러(약 282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른바 ‘슈퍼리치’의 평균 연령이 47세로 5년 전보다 11살이나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금융 전문 리서치·컨설팅 업체 스펙트럼그룹의 표본조사 자료를 인용, 자산 100만달러 이상 부자의 평균 연령은 62세로 2014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지만 재산이 훨씬 더 많은 슈퍼리치들의 연령은 크게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조지 웰퍼 스펙트럼그룹 사장은 “거대한 부의 세대 이동이 일어나고 있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산 2500만달러 이상 부자의 수 역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순자산 2500만달러 이상인 가구는 2008년 8만4000가구였지만 지금은 17만2000가구로 증가했다.

슈퍼리치들의 연령이 낮아진 것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자수성가형 기업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열풍과 벤처 캐피탈 투자 붐 덕분에 수많은 젊은 부자가 탄생했다. ‘전자담배 업계의 애플’로 블리는 벤처기업 줄의 창업자 아담 보웬과 제임스 먼시스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이며, 금융 서비스업체 로빈훗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블라디미르 테네브와 바이주 바트는 31세와 33세에 불과하다.

할아버지 세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슈퍼리치가 된 사례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펙트럼그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38세 이하인 부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상속을 받거나 가족들로부터 증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적인 35~54세 세대는 대부분 지난 10여년간 자산이 늘어나지 않았다”며 “평범한 가정의 가장 큰 재산인 주택 가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크게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