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6%로,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자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중앙당교 세미나에서 각 성 지도자들과 장관들에게 “공산당은 장기 집권, 개혁·개방, 시장 주도 경제, 외부 환경 등의 측면에서 장기적이고 복잡한 시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건강한 경제와 사회 안정을 위해 정치·경제·사상·기술 등의 영역에서 중국이 맞닥뜨린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정신적 나태, 능력 부족, 인민과 단절, 소극적 태도, 부패 등의 위험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공표한 날 나왔다. 중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990년(3.9%) 이후 최저인 6.6%에 머물렀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예전에도 비슷한 경고를 한 적이 있지만 이번 발언에선 더 큰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또 “이번 회의가 최근 갑자기 잡힌 것으로 보인다”며 “당의 장기 집권에 큰 위협이 있다는 언급은 새로운 내용”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선 경제성장이 느려지면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민주화 요구가 분출하면서 중국 공산당 지배체제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프라딥 타네자 호주 멜버른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경제가 나빠지면 정치·사회적 불안이 높아질 가능성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잠재적인 혼란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은 백조와 회색 코뿔소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은 백조’는 절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회색 코뿔소’는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이 예측할 수 없는 국제적 변화와 복잡하고 민감한 외부 환경에 처해 있다”고 했다. 미국과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 등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기업 부채 축소 등 경제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그는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좀비기업’은 적절한 방식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선 “국가안보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주요 혁신 분야를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국립 연구소 설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익을 보호하고 해외 사업에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