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바시에 자리잡고 있는 벤처기업 도그(Doog)를 찾은 때는 지난 15일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직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느라 취재진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로봇형 카트인 사우저(Thouzer)는 작업 중인 근로자를 자동으로 따라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공장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옮기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옮길 때 물건을 실은 채 사람의 뒤를 쫓아다닐 수 있다. 아마존 등에서 사용하는 물류로봇은 전체 공간의 지도를 인식시킨 뒤 정확한 위치를 입력해야 하는 반면 사우저는 사람만 따라다니도록 고안돼 가정 등에서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0㎝ 간격 사람 따라다니는 '로봇 카트'…도서관·공장·물류창고에 300여대 판매
사우저는 시연에 나선 오시마 아키라 대표(34·사진)의 뒤를 30㎝ 거리를 두고 따라다녔다. 특히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도 정확히 오시마 대표 쪽을 따라 이동했다. 센서는 기존 제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을 따라 움직이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도그 측은 설명했다. 판매업자들이 고객 요구에 따라 적재함 크기를 다양하게 맞춰주는데 최대 300㎏(자이언트 기준)을 20㎞까지 시속 7.5㎞로 운송할 수 있다. 제품 한 대 가격은 300만엔(약 3077만원)으로 공장과 물류창고 등에 300여 대를 판매했다.

기업 매각 등을 통해 돈을 버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는 오시마 대표는 여러 사업장에서 도그가 개발한 로봇이 많이 쓰이도록 하는 게 자신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4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로봇박람회에도 지요다구미라는 배급사를 통해 출품하기로 했다고 한다. 로봇사업을 준비하는 한국 창업자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을 묻자 오시마 대표는 “로봇은 엔지니어가 만들고 싶은 것보다 고객이 원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은 아직도 로봇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정리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쓰쿠바=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