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인권 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는 기념일(21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방침을 킹 목사의 유산에 연관짓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옹호에 킹 목사 인용한 펜스…민주·시민단체 반발
펜스 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미국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예산 확보 방침을 옹호하면서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에서 문구를 인용했다.

펜스 부통령은 "내가 좋아하는 킹 목사의 문구 중 하나가 '지금이 민주주의의 약속을 실현할 때'라는 것"이라며 "그가 아메리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해 본다면, 그는 입법 절차를 통해 변화하도록, 더욱 완벽한 연방이 되도록 우리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펜스는 "그것은 정확히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의의 정신으로 테이블로 와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지키고 정부 업무를 재개할 것이다.

또한 이민 개혁에 관해 보다 더 폭넓은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타협안을 언급했다.

타협안의 골자는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CBS 등 여러 매체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셧다운을 해결하기 위한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양당의 생각을 결합하려는 노력"이라고 옹호했다.

킹 목사와 관련한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나오자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재키 스파이어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MLK(마틴 루서 킹)가 결코 아니다"며 "미국의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자 인권 대변자 중 한명의 유산을 인종차별주의 관념과 증오에 근거한 프로젝트와 동일시하는 건 수치스러움 이상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킹 목사의 유산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