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중 간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1시간 회담, 4시간 만찬’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무역협상단을 파견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중 협상과 관련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을 뿐, 북·중 4차 정상회담에 대해선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일자 지면에 김정은 방중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다만 해외판 1면에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한 문장으로 실었다. 신화통신도 김정은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7~10일 중국을 방문 중이라고 짧게 보도했다.

관영 CCTV는 전날 오후 7시 메인 뉴스에서 김정은의 방중 사실만 간략하게 보도했다. 이날 오전 7시 뉴스에선 아예 김정은 관련 보도가 사라졌다. 전날 이뤄진 정상회담 및 만찬 사진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6월 김정은이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 당일 저녁에 회담 장면과 결과를 공개했던 것과는 달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작년 6월19~20일 김정은의 3차 방중 때엔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CCTV 등 관영 매체들이 일제히 회담 장면과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북한과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국 모두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도 ‘체어맨 김(Chairman Kim,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언급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과 관련해선 발표할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은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논평 요청엔 “중국 측에 문의하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신중한 태도는 물밑 조율 중인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들어 북·중 밀착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 흐름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두 번째 회담에 미칠 파급을 분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김정은의 방중에 대해 “미국에 보내는 은근한 압박”이란 분석과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청신호”란 해석이 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김정은의 깜짝 중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양국 간의 화해가 흔들릴 경우 경제적, 외교적 정상화를 위한 다른 선택권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이미아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