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정부 산하 비밀 연구그룹이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67%로 추산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추산해온 성장률 6.5~6.6%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비공식 분석이지만 중국 안에서 이런 추산치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서방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중국 정부 통계에 비해 훨씬 낮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번엔 중국 내부서 터져나온 '성장률 미스터리'
FT는 상쑹줘(向松祚) 중국 인민대 교수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전문가는 1.67% 성장률이 너무 낮아 신빙성이 없다며 논평을 거절했다. 하지만 상 교수의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12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시장에선 “과거에도 중국 정부가 GDP 수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종종 불거졌지만 이 정도로 낮은 숫자가 나온 적은 없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선 중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상 교수 주장이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FT는 상 교수의 폭로는 지난 2일 애플이 중국 경기 하강 탓에 2019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9%나 하향 조정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성장률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과 자본, 생산성 등을 모두 고려해 추정하면 중국 성장률은 2018년 4.1%, 2019년엔 3.8%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경제분석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물류 규모와 전기 생산량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 중국 성장률을 5%대로 추정했다.

서방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통계를 믿을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다른 수치를 조사해 중국 GDP를 추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으로 자원을 많이 수출하는 호주와의 교역 규모, 중국의 기차 통행 규모, 전기 및 석탄 소비량, 부채 규모 등을 분석하는 식이다. 미국 경제 분석가인 게리 실링은 2016년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7%대로 발표했을 때 실제 성장률은 이의 절반인 3.5%에 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통상전쟁의 충격이 갈수록 커지자 민감한 경제 통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0월 광둥성 정부에 독자적으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관세청은 작년 4월부터 수출선행지수 공개를 중단했다. 원유, 차 등 주요 상품의 국가별·지역별 수출입 물량도 지난해 3월부터 내놓지 않고 있다. 성(省)과 직할시 정부가 산출하던 지역별 GDP도 올해부터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