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세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사람으로 꼽혔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그의 순자산가치 평가액은 529억달러로 작년 초 대비 198억달러(약 22조3000억원)나 줄었다. 한때 워런 버핏을 제치고 글로벌 부자 순위 3위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순위에선 7위로 떨어졌다. 페이스북이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지배하게 된 대가로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이 고난을 극복하고 글로벌 SNS의 맏형으로 남을지, 아니면 반짝 인기를 끄는 데 그친 미국 ‘마이스페이스’와 한국 ‘싸이월드’의 전철을 밟을지는 올해 35세가 되는 저커버그의 리더십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 15년째인 페이스북은 덩치에서는 자회사 인스타그램과 글로벌 점유율 1위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인 와츠앱을 거느린 이른바 ‘SNS 공룡’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20억 명(한 달 접속자수)이 이용하며 분기당 100억달러(약 11조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터져버린 개인정보 관리 부실

페이스북의 위기는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영국 컨설팅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최대 8700만 명의 페이스북 가입자 정보를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그 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등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CA와 같은 업체를 이용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킨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저커버그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4월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혹독하게 추궁당했다. 5월엔 유럽의회 청문회에도 불려가 “선거에 외국 세력이 끼어들어 방해하거나 개발자들이 이용자 정보를 오용했지만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년 9월 페이스북 네트워크 해킹이 발생해 약 3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해커들은 약 2900만 명의 사용자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탈취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1400만 명의 이용자는 성별과 종교, 최근 로그인 및 검색기록 등 민감한 정보까지 유출됐다. 지난달 14일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최대 680만 명 이용자의 비공개 사진이 노출됐다는 사실이 발표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뒤 다른 앱에 사진 접근을 허용한 경우 비공개 사진이 공개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용자들의 비난이 빗발쳤고 페이스북 주가는 작년 7월 주당 209.94달러에서 연말엔 133.2달러까지 폭락했다.

이탈하는 직원…흔들리는 리더십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자 저커버그의 리더십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의 창업자를 포함해 주축 멤버들이 지난해 잇따라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와츠앱 창업자 브라이언 액턴과 얀 쿰은 작년 4월 사용자정보 보호 등을 놓고 저커버그와 충돌한 뒤 퇴사했다.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CEO와 마이크 크리거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지난해 10월 이탈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심복인 애덤 모세리 페이스북 뉴스피드 책임자를 인스타그램 상품총괄로 이동시켜 갈등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결국 모세리를 인스타그램 CEO로 임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성장해왔던 회사가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페이스북 지분이 14%에 불과한 저커버그가 회사를 개인 기업처럼 운영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결국엔 저커버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뉴욕시 연기금과 행동주의펀드인 오픈MIC 등은 창업자는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순항하는 구글의 사례를 들어 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저커버그를 지지하는 주주들은 이번 위기는 성장통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저커버그가 2004년 세운 벤처기업이 어느새 글로벌 대기업으로 변모하면서 불가피하게 내외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페이스북에 인수될 당시 직원 수가 13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용자 수 10억 명, 기업가치 1000억달러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초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 유전자(DNA)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저커버그 역시 지난해 11월 CNN 인터뷰에서 “CEO에서 물러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황금주 덕분에 페이스북 의결권지분 51%를 갖고 있어 다른 주주들이 그를 해임하기도 어렵다.

저커버그는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콘텐츠 관리 등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3만 명 이상의 직원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콘텐츠 검열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 가짜 계정 15억 개를 삭제하고 음란물 등 불량 콘텐츠를 대거 삭제했다. SNS가 정치적 선전 수단이나 반사회적 집단의 혐오 발언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말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모든 서비스에 걸쳐 해악을 방지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도록 DNA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어 상당수 사람이 SNS를 보면서 불행함을 느낀다는 비판에 맞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페이스북 시스템이 사람들 행복을 증진하도록 개편하겠다”고 했다.

수익원 다변화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5년 계획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아마존과 같이 자체 제작 드라마와 쇼 등의 콘텐츠 제작에 나설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가상 및 증강현실(VR·AR) 관련 사업과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