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방금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새해 첫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다. 그는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내보였다. A4 1장짜리로, 3등분으로 접힌 흔적이 있었고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방금’이 언제인지, 어떤 경로를 통해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언론에 밝힌 것만 이번이 6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너무 머지 않은 미래에(2차 정상회담을)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아시아에서 엄청난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우리는 잘 해나가고 있다. 서두를 게 없다. 로켓도, (핵)실험도 없다”고 자신의 성과를 부각시켰다. 2차 정상회담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속도조절론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PBS방송의 북한 신년사 보도를 인용해 “김정은이 북한은 더 이상 핵을 개발하거나, 실험하거나,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반면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계속)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위협’했다.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 중단도 요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강온양면 전략’ 중 한쪽 면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북한 신년사 직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화해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와 아주 날카로운 가시를 함께 내밀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외교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양보나 새로운 제안에 대한 징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혹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핵무기의 추가 제조, 실험, 사용, 전파를 금지한 핵 보유국들의 이른바 ‘4불(不) 원칙’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핵을 확산하지 않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북한이 실제 2차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지, 한다고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북핵 폐기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양측의 의견 차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