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남중국해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구축함 디케이터가 남중국해 순찰에 나서자 중국 군함이 즉각 출동해 해역을 떠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양측 함선은 40m 거리까지 근접하며 무력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다. 미국은 주기적으로 펼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고 남중국해 순찰 이유를 밝혔지만 중국은 “주권과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이 급속히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자 미·중은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늘고 있어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집권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시 주석은 대외정책의 원칙으로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를 폐기하고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를 제시하고 있다.
美·中, 세계 곳곳서 군사적 대립…충돌 우려 커지는 남중국해
‘갈등의 화약고’ 남중국해

미국과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은 영유권 분쟁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남중국해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맞닿아 있는 해역이다. 서태평양과 인도양, 중동을 잇는 해상 물류 중심지다. 세계 해양 물류의 약 25%, 원유 수송량의 70%가 이곳을 지난다. 금액으로는 한 해 5조3000억달러(약 5954조원)에 달한다.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석유 매장량은 최소 110억 배럴, 천연가스는 190조 입방피트로 추정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와 암초 주변 12해리(약 22㎞)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남중국해 해역의 90%에 해당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해 활주로와 항공기 격납고 등을 구축하고 지대공미사일과 발사 차량, 레이더 등을 배치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해 미국은 물론 주변국들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 해역을 중국 영해로 인정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전략폭격기 B-52 편대를 남중국해 상공에 잇달아 보내고 구축함을 동원해 남중국해 인공섬 부근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네 차례 작전을 감행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 빈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남중국해 인공섬 폭격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이 지역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일대일로 vs 인도·태평양전략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겨냥해 미국은 신(新)태평양 외교·안보 전략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정면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지정학을 바꾸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철도와 항구, 도로 인프라 사업에 적극 투자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50여 개 국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약 8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미국은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미끼로 주변국을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시킨 뒤 부채를 갚지 못하면 사업 운영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은 인도 일본 호주와 함께 역내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무역을 확고히 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호주 일본과 연대해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인프라 개선에도 6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올 5월 이름까지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작년 말에는 동북아와 호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바꿨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대립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 지역에서도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달 초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르헨티나와 파나마를 잇달아 방문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는 30여 개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9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파나마에는 150억달러가 넘는 차관과 투자 보따리를 안겼다.

중국은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섬나라 그레나다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철도·항만·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니카라과에선 파나마 운하보다 큰 대운하 공사가 중국 주도로 진행 중이다. 자메이카와 바베이도스, 가이아나 등에도 투자하며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이 공들여온 아프리카를 놓고선 미국이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올 9월 53개 아프리카 국가 정상급 인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6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최근 “중국이 뇌물과 모호한 협약, 빚을 이용해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2006년 협력 강화 다짐한 미·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06년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미·중은 이 회담을 통해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2009년 G2로 부상한 중국 >중국은 2009년 제1회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미국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왕치산 중국 부총리에게 농구공을 선물하고 있다.  <2016년  중국 위안화의 굴기 > 중국 위안화가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됐다. 이로써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와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됐다. <2018년  미·중 통상전쟁 돌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왼쪽)이 통상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년 가속화하는 패권 대결> 미·중의 기술패권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오른쪽)이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다. 미국은 안보 침해 이유로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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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