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장기화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립 박물관이 문을 닫고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월급이 안 나와 대출을 받는 등 셧다운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셧다운은 30일(현지시간)로 9일째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백악관은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기존 50억달러에서 25억달러로 줄인 절충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셧다운이 2주째에 접어들면서 충격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푸드 스탬프(식료품 보조금)와 어린이 영양지원 프로그램은 담당 부처인 농무부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중단될 예정이다. 국립공원 등 관광시설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국립 동물원은 다음달 2일부터 폐쇄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셧다운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국립공원 등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엔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 해고’ 상태에 빠진 공무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9개 정부 부처와 20여 개 산하 기관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연방 공무원 210만 명 중 80만 명이 무급휴가 중이거나 일하면서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월급을 받지 못해 집세를 못 내고 대출까지 받기로 한 공무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공무원의 내년 임금을 동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공무원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2.1% 인상안을 취소한 것이다.

셧다운 영향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여론조사회사 모닝컨설트가 지난 21~23일 유권자 19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 범위 ±2%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9%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최저 수준의 지지율이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56%였다.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