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들이 대학 졸업시즌인 4월에 신입사원을 뽑는 ‘벚꽃 채용’ 관행을 깨고 연초 채용에 나섰다. 구인난으로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자 채용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자상거래회사 라쿠텐,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 네이버 자회사 라인 등 일본 주요 기업은 연말연시를 기해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하고 있다. 중고 전문 전자상거래회사인 메루카리는 대학 2~3학년 학생도 졸업 후 정규직 취업을 조건으로 내걸고 인턴으로 채용하는 등 ‘입도선매’에 나섰다.

광고회사 사이버에이전트 등 일부 기업은 원활한 인력 채용을 위해 4월 신입사원 채용에 맞춘 정기 급여 일정을 없앴다.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연공서열에 근거해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높은 임금을 주고서라도 우수한 신입사원을 뽑으려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대학 졸업시즌에 맞춰 정기 채용을 했다. 매년 3~4월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조금 일찍 인재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은 10월께 면접을 해 신입사원을 선발해 놓고 이듬해 4월 정식으로 채용한다.

일본 기업들이 정기 공채 시즌을 3~4개월 앞당긴 것은 다른 기업에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만큼 일자리 사정이 좋다는 방증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실업률이 2.5%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완전 고용’ 수준이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6709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57만 명 증가했다. 총무성은 “25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실업률이 소폭 오른 것은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달 유효 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전월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1.63으로 집계됐다. 구직자 1명당 1.63개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