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아베·극우세력 의도적 활용 지적도
"韓에 누적된 불만 표출" 관측…日 보수언론도 가세

일본 측에서 최근 우리 해군 구축함이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을 놓고 연일 양국의 외교적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일 양국 정부는 일단 진실공방을 계속하면서도 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공식적으로는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여당과 보수언론 등에서는 한국 측의 '사죄'와 광개토대왕함 함장 등 관계자에 대한 '처분'까지 거론하며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대응은 일본 측에서 생각하는 사안의 높은 민감도를 고려하더라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을 둘러싸고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뿐 아니라 외교 갈등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日, '레이더 문제' 연일 증폭…韓과 외교갈등 키우나
이번 사안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해군 함정이 하루 전날 동해상에서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로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일본 방위성은 22일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매우 유감"이라고 재차 항의한 데 이어 25일에도 자료를 내고 자국 초계기가 "일정 시간 지속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레이더를) 조사(照射)받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방 당국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가동한 사실이 없으며 빠르게 접근하는 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작동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일본은 '조사(照射)'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우리 구축함이 일반적인 탐색 레이더가 아니라 사격 관제용 레이더를 겨냥해 군사적 위협 행동을 했다는 주장을 부각했다.

이처럼 일본 측이 우리 국방부의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등으로 연속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론이 우선 제기된다.

특히 일본 정부보다는 여당과 극우언론 등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배경을 놓고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NHK는 지난 25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국장급 협의에 한국 국방부와 일본의 방위 주재관도 들어가 기술적 이야기가 이뤄졌다"며 "양측 간에 제대로 사실 인식을 해 줄 것으로 생각하므로 이를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관련 사안이 논의됐으니 양측 국방당국 간 사실관계 확인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와야 방위상도 "조사(照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제대로 의견을 교환, 한국과 미래지향의 방위협력을 구축해 갈 수 있는 환경 정비를 하고 싶다"고 말해 수위를 조절했다.
日, '레이더 문제' 연일 증폭…韓과 외교갈등 키우나
이에 우리 국방부도 "일본 측 발표대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 외무상, 이와야 방위상의 관련 발언을 고려하면 한국 측의 '사죄'와 광개토대왕함 함장 등 우리 군 관계자에 대한 처분까지 거론한 일본 외무 부(副)대신과 여당인 자민당 인사들의 발언은 매우 강도가 센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무성 차관급 인사인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부(副)대신은 25일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우선 사죄가 있고, 원인을 규명해 적당한 처분이 있지 않으면 재발 방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민당이 연 안보 조사회와 국방부회의 합동 회의에선 참석자로부터 구축함 함장을 포함해 한국군 관계자의 처분을 요구하는 의견과 이수훈 주일 대사를 방위성으로 불러 항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2013년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함정이 일본 호위함에 레이더를 조사한 적이 있어 일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추측을 제기한다.

또한, 일본의 과민 대응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적 계산과 외교적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대폭 수용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아베 총리가 '레이더 문제'를 지지세력 결집용으로 활용하려 하는 가운데 극우세력이 이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 것이다.
日, '레이더 문제' 연일 증폭…韓과 외교갈등 키우나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쌓인 우리 정부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같은 연장 선상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 언론에선 이번 사안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6일 서태평양 각국의 해군이 2014년 해상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행동기준(CUES)에 합의했다며 자위함대 사령관 출신인 고다 요지(香田洋二) 씨가 "한국은 레이더의 안테나 옆 광학카메라를 작동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행동기준에선 안테나를 향한 것만으로도 '공격의 모의'에 저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