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농기계 업체 구보타가 70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차세대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농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기술을 바탕으로 농업 분야에서도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농사를 지어주는 시대가 성큼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농업분야 자동작업은 공장 내에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과 달리 작물의 씨를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작업에서 처리해야할 변수가 많고, 주변상황도 계속 바뀌는 탓에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분야로 꼽혀 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구보타는 총 700억 엔(약 7141억 원)을 투자해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구보타는 이곳에서 ‘스마트 농업’이라고 불리는 차세대 농기계 제품 개발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최근 몇 년간 연 500억~700억 엔 가량 규모의 설비투자를 꾸준히 해왔지만 글로벌 농기계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판단, 추가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게 된 것입니다.

새로 마련되는 연구개발 시설에는 시험주행코스 등을 갖춰 자율주행 농기구 등의 개발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입니다. 구보타는 현재 트랙터 등의 자율주행이 실용화를 눈앞에 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자율주행 모내기 기계 개발도 진행 중입니다.

앞서 구보타는 지난해 홋카이도 등지에서 농업 자동화를 위한 각종 기기의 무인 실증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인공위성위치시스템(GPS)을 이용한 구보타의 무인 트랙터가 세계 최초로 벼 수확작업을 자동으로 시행했던 것입니다. 벼의 수확은 이삭의 높이가 제각각이고 쓰러져있는 벼도 곳곳에 있어 작업이 복잡하고 자율 주행이 어렵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일본에서 농업 로봇 보급이 확산되는 것은 인구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농업 종사자는 182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30%가량 줄었습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2025년이 되면 농업 종사자 수가 170만 명으로 더 줄 것이란 전망입니다. 농업 종사자 중 70세 이상 비율도 49%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이 최근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면서 내년부터 향후 5년간 농업분야에 3만6500여명의 외국인 인력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농가의 일손부족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고령화와 일손부족이라는 인구구조의 문제에 첨단기술이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사람 없이 자동으로 작업하는 로봇·기계의 모습을 보는 것이 흔한 농촌의 대표 풍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