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출처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은 약 5억113만 달러(5643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24일(현지시간) 판결에서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에 살인과 그의 부모에 입힌 상처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월 판사는 판결문에서 "웜비어는 북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버지니아 대학 3학년으로 건강하고 큰 꿈을 꾸는 사교적인 학생이었다"며 "북한이 그의 마지막 고향 방문을 위해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그를 넘겼을 때는 시력이 없고 안들리는 뇌사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월 판사는 손해배상금으로 4억5000만 달러, 위자료와 치료비 등으로 51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상금을 수령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게 무력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판결에 의미를 뒀다.

하월 판사는 웜비어가 겪은 고통의 정도는 북한의 고문 방법과 그의 신체 손상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면서 "웜비어 부모는 북한이 아들을 붙잡아 전체주의 국가의 볼모로 쓰는 잔혹한 경험을 직접 했다"고 말했다.

웜비어 부모는 지난 10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명목으로 11억 달러(1조26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은 웜비어 사망 이후인 지난해 11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사진=연합뉴스)
오토 웜비어의 부친인 프레드 웜비어(사진=연합뉴스)
재판 및 판결은 북한 측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월 판사는 북한이 아무런 답변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웜비어 부모는 재판 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아들에게 정의가 함께할 때까지 결코 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사려 깊은 이번 판결은 우리의 여정에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이 아들의 죽음에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세계가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 중 웜비어의 어머니인 신디웜비어는 법원 진술에서 "세상에 악이 있다. 그것은 북한이다"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고,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지만,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