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첫날인 22일(현지시간) '네 탓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도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셧다운 사태의 원인이 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히 첨예한 상황이어서 조기에 접점 마련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CNN방송은 예산안 처리에 대한 합의 도출이 아직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의회 인사들이 이날 모여 셧다운 해소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도 여야 상원의원들이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전날 밤 기자들과 만나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서 공화당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전날 긴급 지출법안(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갔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멕시코장벽 건설예산 57억 달러가 반영된 내용으로 지난 20일 밤 하원을 통과한 지출법안은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상원에서는 표결조차 시도되지 못했다.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이날 0시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 사태를 맞은 가운데 공화당은 전날 오후 8시 산회를 선언한 본회의를 이날 낮 12시 다시 개회하기로 한 상태이다.

하원의 경우도 일단 상원에서 수정된 새로운 예산안이 처리될 경우에 대비, 대기령이 내려졌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가급적 워싱턴 DC 주변에 머물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다만 매카시는 토요일인 22일에는 하원 표결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CNN방송은 "협상이 타결된다면 표결은 이르면 일요일(23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셧다운 사태의 책임을 놓고 정치권 내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올린 트위터 영상에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셧다운'으로 칭하며 멕시코장벽 건설예산 반영을 민주당에 거듭 압박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를 겨냥, "슈머는 정부를 셧다운 하길 원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타협점을 찾기를 원하는가"라면서 "불과 몇 주 전 그는 장벽 안전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합의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한 직후 새벽에 낸 공동성명에서 이번 셧다운을 '트럼프 셧다운'으로 규정,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유일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보안 때문에 연방정부를 셧다운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25번도 넘게 셧다운을 원한다고 말했고 이제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셧다운을 막기 위한 절충안을 수차례 제시한 바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트럼프 셧다운'을 고수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1월 하원 다수당의 위치에서 정부의 문을 다시 여는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셧다운은 하원 권력 교체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자 그만큼 민주당이 새해 하원을 장악한 이후 전개될 험로를 예고하는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선 하원의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현 시점이 멕시코장벽 건설예산을 밀어붙일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최대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흐름이다.

반면 민주당은 며칠 뒤면 하원을 장악하는 만큼 더더욱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 상황에 대해 "상·하원 양원을 동시에 장악했던 지난 2년을 마감하는 공화당의 힘 빠지는 마지막 시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1월 하원을 장악한 뒤 권력이 분점 되는 시대에 대한 '험악한 전주곡'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전날 연말연시 휴가를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마러라고행을 연기, 백악관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