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수도승전사' 매티스, 시리아 철군 정면충돌 후 '사퇴카드'
'견제와 균형' 역할 하며 동맹에 안정감 줬지만 존재감 약화 끝에 결별
북미대화·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반대…합참의장 인선과정서도 갈등
美언론 "이란·북한 등 국제현안 대응 '불확실성 가중'"…시리아철군 파장도 확산할 듯
장관직 던지며 트럼프에 반기 든 매티스…'철군' 거센 후폭풍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시리아 철군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빚은 끝에 전격 사퇴했다.

안팎으로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마이웨이' 하루 뒤에 일어난 일이다.

철군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이 직접적 배경이 된 것으로 사실상의 '반발성 사퇴'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멤버로 합류한 뒤 2년간의 '동행' 끝에 결국 '결별'을 택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안정감을 주는 대표적 인사로 꼽히며 안으로는 충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고, 밖으로는 동맹들을 안심시켜온 매티스 장관의 '퇴장'으로 인해 곳곳에 '뇌관'이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장 그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시리아 철군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을 떠받쳤던 군 내지 기업가 출신의 이른바 '어른 그룹'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였던 매티스 장관의 퇴진으로 '어른들의 축'은 사실상 전면적으로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특히 매티스 장관의 사퇴로 첫 임기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트럼프 내각의 물갈이가 가속화, 재집권 플랜을 겨냥한 친정체제 구축 흐름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매티스 장관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곧이어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사임을 공식화했다.

AP통신은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철수 및 그 밖의 국제적 현안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나 홀로 스탠스'와 충돌한 이후 물러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언론들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시리아 철군 결정 전 열린 회의에서 시리아에서의 대테러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며 철군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꺾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의 손을 놔버리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 소말리아 등지에서도 민병대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 철군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감축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이어 아프간에서도 미군 병력의 상당한 감축을 검토하고 있지만, 매티스 장관은 외교적 평화 노력을 강화 차원에서 병력 유지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앞서 중남미 이민 행렬인 캐러밴 진입을 막기 위한 미국-멕시코 국경에 미군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매티스 장관은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도 이날 사임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장관을 둘 권리가 있다.

내가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좌절감을 내비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인정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강력한 동맹을 유지해야 하며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강력한 믿음"이라며 동맹들과의 관계를 도외시하며 시리아 철군 결정을 강행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들 앞에서 모호하지 않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채 대(對)러시아 대응을 놓고 도마 위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매티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별'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을 뿐 사실 어느 정도 예고돼 온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합류했던 초기 멤버인 매티스 장관은 신중하고 절제 있는 스타일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신뢰를 받으며 안보 분야의 한 축을 담당,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대외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차 등으로 인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고, 올해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북미 관계 급진전과 맞물린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도 소외되는 등 존재감이 점점 상실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었다.

북미 대화 과정에서 '강한 군'을 통한 외교적 해법 지원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오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북한 비핵화 전망과 조기 종전선언을 놓고도 매티스 장관은 줄곧 회의론을 표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관련해 "더는 중단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뒤집는 일도 있었다.

그는 특히 지난 9월 나온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에서 올해초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과 관련해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인다"고 비판한 것으로 기술되기도 했다.

이 무렵을 전후해 '11·6 중간선거 직후 교체설'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매티스 장관을 '일종의 민주당원'이라고 칭하며 "그날 떠날지도 모른다"고 언급, 교체설이 확산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 등을 중심으로 '매티스 구하기' 움직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면서 그의 거취는 수면 밑으로 가앉는 듯했고 매티스 장관 본인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100%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시리아 철군 문제라는 메가톤급 뇌관을 고리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셈이다.

이달 초 발표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후임 인선 과정에서도 매티스 장관이 추천했던 인사가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지면서 영향력 약화설이 다시 회자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최근 차기 미 합참의장으로 데이비드 골드파인 공군참모총장을 추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무시하고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을 지명한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매티스의 한 측근은 WP에 "이 일이 특히 매티스에겐 모욕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군 최고 책임자였던 매티스 장관의 '공백'으로 미국의 대외 국방·안보 정책의 향배를 놓고 우려가 제기되는 시선도 워싱턴DC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미친 개', '수도승 전사' 등의 별명을 가진 매티스 장관은 군 내부와 정치권 등 국내에서뿐 아니라 동맹국 등 해외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WP는 매티스 장관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책의 안정성과 자제력을 높여온 영향력 있는 인물'로 묘사하며 "시리아 철군과 잠재적인 아프가니스탄 병력 감축 움직임 와중에서 이뤄진 그의 사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적 현안을 다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을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매티스 장관은 자신의 예측 불가능성을 자랑으로 여기는 대통령 밑에서 북한 문제부터 시리아 문제에 이르는 여러 위기를 다뤄야 했던 행정부 내에서 외교 정책의 안정성을 더해주는 인사로 오랫동안 간주해 왔지만, 갑작스러운 시리아 철군에는 다른 고위 국가안보 참모진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존경받아온 대외 정책 관료인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하고도 시시때때로 바뀌는 정책을 누그러뜨리게 하기 위해 고투를 벌인 뒤 2년간의 격동의 시기를 지나 떠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연말에 떠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이어 그마저 떠나게 됨에 따라 '어른들의 축'은 집권 2년 사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 내지 몰락하게 됐다.

내각 및 백악관 진용 개편을 통한 집권 하반기 인적 재정비도 가속할 전망이다.

중간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7일 '눈엣가시'였던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이 전격 경질되고 이달 들어 세션스 전 장관 후임에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 연말에 떠나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후임에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각각 지명된 상태이다.

이어 켈리 비서실장 후임에 믹 멀베이니 예산관리국장이 지난 14일 '대행' 꼬리표를 단 채 지명됐고 그 다음날인 15일 여러 비위 의혹으로 조사를 받아온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이 사실상 경질됐다.

매티스 장관과 던퍼드 합참의장의 잇따른 퇴진으로 군 수뇌부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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