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준비에 본격 나섰다. 다음달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운반할 수송선을 확보하고 군인 3500명을 대기시키기로 하는 등 비상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영국 내각은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따라 20억파운드(약 2조8700억원) 규모의 긴급재원을 내무부와 환경부, 식품부 등에 우선 배분하기로 했다. 식료품과 의약품 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수송선 확보에도 나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500여 명의 군인을 대기시키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민간기업과 시민들에게도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세청은 100쪽 분량의 지침서를 작성해 기업을 중심으로 8만여 곳에 배포할 예정이다. TV 광고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시민들에게 준비사항을 알리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 대책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의회 표결을 앞두고 보수당 강경파와 야당 반발이 거세다. 다만 일각에선 의회가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내년 3월29일 EU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최악의 상황을 강조해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꼬집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최근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이유로 고액 자산가들에게 영국 내 자산을 해외로 옮기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도록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