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찰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최근 대대적으로 지하교회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요. 지난 4개월 사이 3곳의 유명 지하교회가 경찰의 급습을 받아 폐쇄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한 도시가 아예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을 금지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河北省) 랑팡(廊坊)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관련 장식품 및 선물 판매와 행사를 전면 금지시켰는데요. 랑팡시는 통지문에서 “크리스마스 공연과 행사뿐 아니라 가게에서 산타클로스 인형이나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성탄절 장식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어기는 사람은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도 했는데요. 랑팡시는 또 사람들이 모이는 공원이나 광장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는 사람을 보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랑팡시는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하는 이유로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유통되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최대 공급처인데요. 저장성 이우(義烏)시는 세계 크리스마스 장식품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우시는 ‘세계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수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크리스마스를 법정 휴일로 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에서는 성탄절 축제를 금지하고 있지요.

중국 공산당은 기독교를 서구의 오염된 사상이라며 강력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엔 중국 공산당의 청년엘리트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후난성 남화대 공청단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내용의 행동 수칙에 서명을 요구하기도 했지요. 올해 2월부터는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했는데요. 종교인과 종교단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법 종교행사에 장소를 제공할 경우 거액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찰은 최근 대도시의 지하교회들을 잇따라 급습하며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지난 15일 남부 광저우(廣州)의 지하교회인 룽구이리 교회에는 중국 경찰과 종교·교육 당국 공무원 60여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10시간가량 머물면서 성경을 포함한 4000여 권의 서적과 재산 등을 압수했습니다. 이를 촬영하려던 한 신자는 당국에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경찰이 청두(成都)시 추위성약교회를 급습해 목사와 신자 100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온 교회가 경찰의 단속으로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허난(河南), 저장(浙江), 안후이(安徽) 등 중국 전역에서 지하교회에 대한 탄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 구금된 중국 내 기독교도의 수는 1만여 명에 달해 3000여 명이었던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