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독일도 중국의 자국 첨단 기술기업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조치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독일 기업을 겨냥한 중국 자본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해 비(非) 유럽연합(EU) 기업이 독일 기업 지분 10% 이상을 인수하려고 할 경우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독일은 외국인투자법을 바꿔 외국 자본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독일 기업의 지분을 25% 이상 매입하면 정부가 이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는데요. 이 상한을 10%로 낮추겠다는 겁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분야는 독일의 국방이나 핵심 인프라에 중요한 보안 관련 기업입니다. 대부분의 첨단 기술기업과 전력회사, 대형 식품회사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오는 19일 개정안을 승인한 뒤 의회에 제출할 방침입니다.

독일 정부는 이번 규제 강화의 이유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가 2016년 독일 로봇업체 쿠카를 인수하고, 지난해엔 지리(吉利)지동차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지분 9.7%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되는 등 중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독일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독일 정부의 경계심이 높아졌습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 8월 중국 기업 옌타이타이하이가 독일 소형 기계장비 제조업체 라이펠트메탈스피닝을 인수하려 하자 “공공질서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저지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7월에는 국유 개발은행인 독일부흥금융공고(KfW)에 50헤르츠(50Hertz)의 지분 20%를 매입하라고도 지시했습니다. 4대 송전회사 중 하나인 50헤르츠가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에 인수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독일 외에 EU 국가들도 중국 기업의 M&A를 가로막고 있는데요. 지난 2월에는 프랑스 정부가 중국 주도 컨소시엄에 톨루즈공항이 매각되는 것을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EU가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고 글로벌 규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EU는 중국부터 해외 투자자들에 자국 시장 개방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