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미 국경 순찰대에 붙잡혀 수용소에 갇혔던 과테말라 출신의 7살짜리 소녀가 탈수 증세로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발표를 인용해 아버지와 함께 지난 6일 국경을 넘다 체포된 과테말라 출신 소녀가 발작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소녀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 샌디에이고 사이의 국경에 머무르고 있는 중미 출신 이민자 무리를 말하는 ‘캐러밴’의 일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 구조대에 따르면 병원에서 잰 아이의 체온은 40.9도에 달했다. CBP는 이 소녀가 며칠동안 물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소녀는 헬리콥터로 텍사스주 엘패소의 프로비던스 아동병원에 실려갔지만 체포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심장마비 증세로 사망했다. 앤드루 미한 CBP 대변인은 성명에서 “진심어린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국경순찰대 요원들은 아이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소녀의 가족은 미 중남부 뉴멕시코주(州) 로즈버그를 통해 입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밀입국자들은 큰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캐러밴 행렬과 달리 이들은 국경수비대 감시를 피하기 위해 애리조나와 멕시코 지역 사막을 가로지르기도 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밀수업자들의 은신처에서 며칠을 지내기도 하지만 국경 지대에 진입하기 전 음식이나 물을 거의 섭취할 수 없는 지역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정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법 이민을 막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국경에 장벽을 건설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폐쇄를 불사하며 야당인 민주당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를 이번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민주당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베토 오루크 하원의원은 “소녀에 죽음에 대한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국경에서 취약한 처지에 몰린 사람들을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미국 인도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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