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분쟁, 밴쿠버 집값을 잡는다

끝도 없이 오르던 캐나다 밴쿠버의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모든 유형의 주택 매매가 최근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구요. 단독주택 가격은 8.5%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 년 말 이후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또 인기있는 콘도(아파트)의 가격도 -1.8%로 2013년 10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캐나다가 42년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경기가 좋은 가운데 벌어진 일입니다.

중국이 작년부터 해외 자본 유출을 막으면서 현금을 싸들고 집을 사러오는 중국인이 줄어든 탓이 큽니다. 또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위안화 약세로 구매력도 감소했습니다.

특히 지난 1일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이 밴쿠버 공항에서 캐나다 당국에 의해 체포되면서 향후 밴쿠버 주택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그동안 밴쿠버 집 값은 중국인 '푸얼다이(富二代)' 가 좌우해왔습니다.

푸얼다이는 중국 개혁개방 이래 부자가 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금수저로 자란 2세들을 일컫습니다.

이들이 살기좋은 해외에 집을 대거 샀는데, 대표적인 곳이 밴쿠버입니다. 북미대륙에서 가장 서쪽에 있어 중국까지 비행 시간도 짧은 편이고 무엇보다 영주권 받기가 미국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밴쿠버 인구 230만명 중 중국인이 41만명으로 18%에 달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2031년 중국인이 백인을 제치고 가장 많은 주민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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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부회장도 15년 전부터 밴쿠버에 집을 사서, 현재 두 채를 갖고 있습니다.
딸도 밴쿠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인 수요로 2002년 40만 캐나다달러이던 단독주택의 평균 가격은 현재 140만 캐나다달러에 팔립니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오름폭이 더 큽니다. 2006년 60만 캐나다달러이던 것이 지금은 300만 캐나다달러로 오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집값 폭등으로 기존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자 2016년 브리티시콜롬비아주 정부는 밴쿠버에서 주택을 사는 외국인에게 15%(현재는 20%) 세금까지 부과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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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나온 중국 부자들 중에는 공산당, 지방정부 관련 인사와 그 자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제재를 취하면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멍 부회장 체포건은 미국의 공권력이 캐나다에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중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밴쿠버도 안전한 곳이 아님을 인식하게 된 것이죠.

그동안 밴쿠버는 중국인들이 몰려온다며 걱정했는데, 이제는 빠져나가는 걸 우려해야할 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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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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