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보수당이 12일 총리를 맡고 있는 테리사 메이 대표(사진)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 주목된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방안’에 대해 지난 10일 예정됐던 의회 표결을 연기하면서 리더십에 상처가 생겼다.

보수당 대표 경선을 관할하는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메이 총리의 재신임 투표를 위한 서한이 기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보수당 하원 의석(315석)의 15%인 48명 이상이 위원회에 당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할 경우 표결해야 한다.

당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메이 총리가 과반(158명)을 확보해 승리하면 당대표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고, 향후 1년 동안 재신임 투표 없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반대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당대표와 총리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 보수당은 새 당대표 경선을 하게 된다.

보수당 강경파들은 내년 3월29일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영국의 EU 투표권이 사라지는데도 최소 2020년까지 유럽 관세동맹에 남아야 한다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발해왔다. 특히 영국 본토와 떨어진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면 영토 주권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불신임 투표 소식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며 정면 대결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 총리를 교체하면 영국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며 “새 총리가 와도 EU를 상대로 근본적으로 더 나은 협상을 따내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BBC 등 외신은 메이 총리가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 총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만일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결정되면 조기 총선이나 브렉시트 재투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는 영국과 이미 합의한 브렉시트 안에 대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