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부자·탄소세 과세로 1천조원 마련…불평등·이민문제 해결
피케티 등 유럽진보인사 50명, '더 공정한 유럽' 청사진 제시
세계적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포함한 유럽의 진보 인사 50여 명이 '더 공정한 유럽'을 위한 공동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국적기업과 부자 및 고소득자 과세, 탄소세 등을 통해 연간 8천억 유로(1천조 원)를 거둬들여 유럽 현안인 불평등과 빈곤, 분열, 기후변화, 이민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케티를 포함한 경제학자, 역사가, 전·현직 정치인 등 유럽 6개국의 진보 인사들은 10일(현지시간) '유럽의 민주화를 위한 선언문'을 영국 가디언과 프랑스 르몽드, 독일 슈피겔 등을 통해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브렉시트와 반유럽 성향 정부들의 출범으로 이전처럼 그대로 계속되는 것은 더는 가능하지 않다"며 "오늘날의 유럽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그저 새로운 출발 혹은 추가적인 해체를 기다릴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우여곡절이 많은 브렉시트에 매달려 있고, 유럽의 다른 친EU 성향 정치 세력들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유럽 포퓰리스트들에게 패하지 않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점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 요소이기도 하다.

선언문의 중심에는 IT를 포함한 다국적기업들, 그리고 부자와 고소득층을 상대로 더 효율적으로 과세해 연간 최대 8천억 유로의 재원 마련을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자금 규모는 EU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현재 이 분야 과세 수준의 4배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이익에 추가로 15%를 징수하고, 10만 유로(1억3천만 원) 이상의 개인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늘리며, 재산이 100만 유로(13억 원) 이상인 개인에 부유세를 매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탄소배출에 대한 과세도 포함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거둬들인 자금의 절반은 회원국 정부에 돌려주고, 4분의 1가량은 연구과 혁신, 교육 부분에 배정한다.

이주자 관리나 친환경적인 농업과 산업에도 더 많이 투자된다.

이 자금은 회원국 정치인들과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의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물론 새 의회는 EU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력을 하지만, EU 조약들의 적용을 받지 않고 지출에 최종 결정을 한다.

이들 진보 인사들은 자신들의 제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로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대중의 의견을 요구했다.

그러나 모든 주식, 채권, 통화 거래에 일정 비율의 세금을 물리는 금융거래세 부과안을 포함해 그동안 경제정책에 관한 EU 차원의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실패했거나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주도한 이번 선언문에는 반긴축을 앞세운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의 지도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이탈리아 전 총리인 마시모 달레마,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를 보좌했던 마이클 제이컵스 등이 참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