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둔' 경력 윌리엄 바 前장관 지명에 민주당 공세 예상

미국의 11·6 중간선거 직후 낙마한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후임에 7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이 '낙점'되면서 막바지로 치닫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의 향배에 워싱턴 정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바 지명자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와 관련, 친(親) 트럼프 성향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던 '전력'이 새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의회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바 지명자는 의회 인준의 문턱을 최종 통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지휘권을 갖고 '칼자루'를 쥐게 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며 '셀프 제척'한 세션스 전 법무장관을 중간선거 다음 날 전격 경질하고, 후임자 임명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장관 대행으로 자신에 대한 '충성파'로 알려진 매슈 휘터커 변호사를 전격 기용해 야당 등으로부터 특검 무력화 포석이라는 반발을 샀다.

당초 바 지명자가 법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될 때만 해도 지명도 있는 법조인 인데다 지난달 30일 타계한 H.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이력 때문에 인준 전망을 낙관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과거 발언들이 다시 소개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 지명자 앞에 켜진 적신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경력이 표면적으로는 그의 인준을 쉽게 하는 요소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일부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우호적 반응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 다가올 인준 전쟁에 험로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서 자신의 편을 들 준비가 돼 있을 수도 있는 법무장관 지명자를 낙점한 것이 '우연의 일치'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바 지명자 선택이 특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가 워싱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법무부의 정치적 독립성과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을 놓고 혹독한 인준 전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더 힐은 무엇보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를 어떻게 다룰지가 여야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들에 따르면 바 지명자는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스(NYT) 기고 글에서 "법무부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책임 방기"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결탁 가능성보다 오히려 대선 라이벌이었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과 '우라늄 원'의 결탁 가능성에 대해 수사할 근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러시아 기업이 미국 광산채굴권을 가진 우라늄 원을 인수한 뒤 클린턴재단을 후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일컫는 것으로, FBI 수사 과정에서 기소 등 추가 조치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달 WP에도 "클린턴을 감옥에 처넣거나 기소해야 한다는 생각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고는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그는 뮬러 특검팀이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정치인들을 지원한 인사들을 수사팀에 배치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결정과 관련, WP에 잘못된 게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옳은 일이었다고 두둔한 바 있다.

반면 바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모 및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을 피력해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인준 절차가 매우 빨리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조속한 인준을 의회에 촉구하고 바 지명자와 친분이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휘터커 대행 인선 때에도 그를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당장 상원 법사위 소속인 에이미 클로버샤(민주·미네소타) 상원의원이 MSNBC 인터뷰에서 "특검팀에 대해 그가 한 부정적 발언 등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공세의 칼날을 벼리는 등 민주당이 공격 채비를 다지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