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확대 방안을 내놨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디터 체체 다임러 CEO, 니콜라스 피터 BMW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독일 자동차 3사 경영진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면담에 참석했다.

백악관은 회동 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차 3사 대표를 만났다”며 “모든 자동차 기업이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더욱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생산을 늘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디스 CEO는 “미국에 폭스바겐과 아우디 생산 공장이 더 필요하다”며 “포드 공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체체 CEO는 “다임러의 투자 계획에 대해 백악관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BMW는 3년간 미국에 6억달러를 투자하고 1000명을 추가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만남을 조율한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독일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로 한다면 미국 정부가 유럽산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길 필요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자동차에 최고 25%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독일에 대해 연간 300억달러 적자를 내고 있다. 미국의 대(對)유럽 무역적자(65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한 압박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는 협상이 타결되길 바라며 아마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 추가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이 최종적으로 해결돼 중국과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 이전 강제, 지식재산권 침해,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협상에 들어갔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