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파 vs 강경파 파워게임 양상도…므누신 "트럼프가 협상단 이끈다" 온도차
SCMP "내주 중국 대표단 30명 워싱턴 방문할 것"
'므누신→라이트하이저' 美무역협상단 좌장 교체…對中강공 예고
미국과 중국이 3개월짜리 '시한부 무역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측 무역대표단의 무게추는 '강경 매파'에 쏠리게 됐다.

그동안 미국측 협상단을 이끌었던 '자유무역론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후선으로 밀리고, 보호무역 성향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협상테이블 전면에 나서게 된다.

지난 주말 미·중 정상의 '관세전쟁 휴전'에 협상파의 입장이 반영된 모양새라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는 대(對)중국 강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미·중 협상이 험로를 걸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미국측 협상대표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협상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가 지금껏 USTR에서 경험했던 가장 터프한 협상가"라며 "관세 및 비(非)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접근을 막는 모든 구조적 관행들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바로 국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론'을 대변하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애초 미·중 정상회담 배석자 명단에서 배제됐다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입김'으로 막판 합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도 콘퍼런스콜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비즈니스에서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

타임테이블을 짜고 이행조치 등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나바로 국장과 함께 대중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보호무역 3인방'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경제라인' 좌장격인 재무부 장관을 대신해 USTR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고강도 대중 압박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업무만찬에서 이런 결정을 통보해 중국 측을 놀라게 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측 기류는 한결 강경해진 모양새다.

'협상파'로 꼽히는 커들로 위원장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즉각 조치하라고 거듭 중국을 압박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커들로 위원장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 및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빨리 약속을 이행한다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상당폭 증가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들을 신속하게 시작할 필요가 있다.

많은 것들이 중국의 이행 속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인하를 시급한 이행 사항으로 꼽으면서 "자동차 관세가 제로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4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므누신→라이트하이저' 美무역협상단 좌장 교체…對中강공 예고
일각에선 미국 무역대표단 내부의 주도권 다툼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에서 협상파의 손을 들어줬다면, 향후 '90일 협상'에서는 강경파에게 주도권을 맡기는 식으로 '채찍과 당근'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므누신 장관은 사뭇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내놨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협상을 낙관하면서 협상팀의 원톱은 어디까지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이끌 것이라는 점"이라며 "협상팀은 포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부와 농림부가 트럼프 대통령은 뒷받침하게 되고, 라이트하이저 대표 역시 로스 상무장관과 함께 협상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결정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원칙적인 내용을 굳이 언급함으로써,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역할론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 관리들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동안 이런 합의가 도출될 것에 대비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12∼15일 30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찾는 잠정적인 협상 스케줄을 짜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다음 주 30명 가량의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것"이라며 "다만 대표단에 누가 포함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90일이라는 협상 시한 내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애써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비영리 기구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제이크 파커 부대표는 "90일 이내에 양국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양측은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를 끌어내고, 장기적인 교섭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