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부시 전 대통령, 천국서 바버라 여사와 재회 고대했다"
"멋진 아버지 사랑해요"·"나도 사랑해" 부시 父子 마지막 대화
"아주 멋진 아버지셨어요.

사랑해요, 아버지"(아들 부시), "나도 사랑한단다"(아버지 부시)
지난달 30일밤(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 침대에 누워 있었고 같은 주 댈러스 자택에 있던 아들과 스피커폰으로 연결됐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에게 감사를 담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나도 사랑한다"며 세상에서의 말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임종 전 며칠은 아주 평화로웠다고 NYT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부시 내각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침 문병차 자택에 들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베이크?"라고 물었다고 한다.

베이커 전 장관이 "천국에 가죠"라고 답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야"라고 대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낸 러셀 J. 레빈슨 목사는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아내 바버라 여사와, 1953년 세살때 사망한 둘째 딸 로빈의 곁으로 가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레빈슨 목사는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거기서 누구와 같이 있게 될지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면서 "그는 바버라 여사와 로빈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 A&M 대학 조지 H.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바버라 여사와 로빈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버라 여사가 별세했을 때만 해도 지인들에게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베이커 전 장관의 아내가 열흘 전쯤 찾아와 "백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라고 묻자 부시 전 대통령은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멋진 아버지 사랑해요"·"나도 사랑해" 부시 父子 마지막 대화
임종 사흘 전인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정이 있어 근처에 들렀다가 문병을 오기도 했다.

별세 하루 전에는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날 그는 약간 기운을 차려 평소 좋아하던 반숙 계란 3개와 요거트, 과일 음료를 먹었다.

성악가 로넌 타이넌이 들러 '고용한 밤 거룩한 밤'을 불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 부시 전 대통령은 상태가 심각해졌고 결국 밤 10시 10분 아들딸과 손주, 지인 등에 둘러싸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레빈슨 목사는 "우리는 모두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면서 "아주 품위 있는 죽음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깊이 사랑받은 사람이라는 게 확실했다"고 전했다.
"멋진 아버지 사랑해요"·"나도 사랑해" 부시 父子 마지막 대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