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논설실장 "도이체방크 돈세탁에 트럼프 연루" 의혹 제기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프랑크푸르트 본사가 29일(현지시간)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과 관련해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과 정치인, 유명인들의 돈세탁과 조세 회피 의혹 사건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돈세탁을 하는 고객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돈세탁을 도운 고객은 900명 정도이고, 금액은 3억1100만유로(약 4000억원)라고 현지 수사기관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티머시 오브라이언 블룸버그통신 논설실장은 이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2005년 《트럼프 네이션 : 도널드가 되는 기술》이라는 책을 내는 등 ‘트럼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라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자산은 60억달러 이상”이라며 “자산 가치는 시장 상황과 심리에 의해 좌우되고 내 기분에 따라서도 오락가락한다”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은 도이체방크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도이체방크의 곤경은 도널드 트럼프의 곤경’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도이체방크가 20년 가까이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34억달러의 은행 빚으로 파산위기에 몰렸다. 전용기와 카지노, 호텔 등 자산을 압류당할 위기였다. 이 때 도이체방크가 나서 지방은행, 협동조합을 전전하며 돈을 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을 구해줬다.

도이체방크가 뉴욕 월스트리트 진출을 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오브라이언의 분석이다. 도이체방크는 1998년 맨해튼 빌딩 리노베이션 자금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시카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프로젝트에 6억4000만달러를 대출해 주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도이체방크의 트럼프 대통령 담당 프라이빗뱅커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수백만 달러 대출을 주선하기도 했다.

오브라이언은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도이체방크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트럼프 소호 호텔(뉴욕의 반트럼프 정서 때문에 도미니크 호텔로 이름을 바꿨음)과 베이록 그룹의 유럽의 검은 돈에 대해 책에 상세히 썼다”고만 언급했다.

오브라이언의 칼럼이 단순히 개인적 감정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도이체방크에 계좌 거래 내역 등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쿠슈너 역시 부동산 사업과 관련해 도이체방크로부터 불법 대출을 받은 의혹으로 뉴욕 금융감독청(DFS)의 조사를 받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내년 1월 민주당이 장악할 하원 금융위원회는 대통령과 그의 조직, 쿠슈너 가족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도이체방크 관계자를 소환하고 기록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며 “도이체방크가 돈세탁 의혹에 휘말린 점을 감안하면 하원이 조사에 나설 것은 확실해 보인다”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은 2016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도로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과 정치인, 유명인사들의 돈세탁과 조세 회피 의혹을 공개한 사건이다. 독일의 한 일간지가 입수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내부 문서를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일본 아사히신문 등 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분석해 보도했다.

2.6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데이터에는 글로벌 은행 및 로펌이 정치인과 관료, 유명인의 조세 회피에 협조한 증거인 이메일(480만개), 이미지(100만개), PDF파일(200만개), 문서(32만장), 명단(300만명) 등이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처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도 포함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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