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계엄령 선포…러시아군 자국 함정 나포에 대응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케르치 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 해군의 자국 군함 나포로 인한 비상 상황과 관련해 계엄령을 선포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28일 오전 9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계엄령을 도입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서명한 계엄령은 의회 승인을 거쳐 정식 발효한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계엄령 기간과 관련 국가안보국방위원회가 제안한 60일 대신 30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계엄령 기간이 내년 3월31일로 예정된 대선 선거운동 개시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자국군 총참모부에 계엄령 시행을 위한 일부 군대 동원령을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일부 예비군 병력 동원 훈련을 실시하고, 중요 국가시설 및 행정시설·산업 지대·군부대 등을 보호하기 위한 방공망을 가동하라고 명령했다.

포로셴코는 TV담화에서 "계엄령은 전쟁선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계엄령으로 국민의 권리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검열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시태그(출처 우크라이나 대사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시태그(출처 우크라이나 대사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이 있을 시 신속하게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적, 군사적, 재정적 조치들만이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승인에 앞선 가진 의회 연설에서도 그는 계엄령이 우크라이나 전역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과 흑해 및 아조프해 해안 지역 등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날 러시아 해안경비대는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려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2척과 예인선 1척을 무력을 동원해 나포했다. 나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최소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나포된 우크라이나 수병은 모두 24명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함정 나포를 영해 침범에 대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유로운 항행을 방해한 공격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승조원과 함정을 돌려보내고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본부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외교적 법적 대응을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러시아의 공격을 알렸다.
우크라 대통령 계엄령 선포…러시아군 자국 함정 나포에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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