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과학 및 방위 임무를 수행할 해저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세계 최초의 AI 식민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중국 정부는 이 기지를 통해 얻은 정보를 주변국에 제공해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Hades)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는 지난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 싼야에 있는 심해연구소를 방문한 뒤 이달 들어 베이징의 중국사회과학원에 의해 시작됐다고 합니다. 시 주석은 당시 방문에서 과학자들에게 “이전에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라. 심해에는 어떤 길도 없다. 우리는 다른 나라들을 뒤쫓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첫 길을 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저기지는 6000∼1만1000m의 초심해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기지 건설에는 11억위안(약 18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건설 비용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해저기지에 우주정거장과 마찬기지로 도킹 플랫폼을 설치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엔지니어들은 먼저 심해의 높은 수압을 견뎌낼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해내야 하는데요. 한 과학자는 “이는 다른 행성에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만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만큼 도전적인 일”이라며 “이러한 기술이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저기지가 될 로봇 잠수함이 해양생물 분류 및 자원 수집 등 해저 조사를 하고 자체 내장된 연구실에서 샘플들에 대한 분석을 거쳐 그 결과를 지상으로 보고하게 되는데요. 해저기지는 선박 등 플랫폼에 전력과 통신 등을 의존하게 되지만 강력한 지력(brain)과 센서들로 자체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지정학과 기술력 측면에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중국해는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7개 국가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지구상에서 가장 분쟁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심해는 극단적인 환경으로 해저 구조물들이 위협받을 수 있어 해저기지 건설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구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 해저의 약 99%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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