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0%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미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2016년 대선 때부터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공격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다른 결과다.

트럼프 '온난화 조롱' 트윗 이틀 후…美 "기후변화로 GDP 10% 줄 수도"

미 국무부 농림부 상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항공우주국 국립해양대기국 등 13개 정부부처·기관은 지난 23일 펴낸 1600여 쪽에 달하는 ‘국가 기후평가’ 보고서(사진)에서 기후변화가 미국 경제와 인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1900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평균 온도가 섭씨 0.64도 정도 올라갔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2100년에는 지금보다 4.2도가량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도의 무더위와 극한의 한파로 미국 49개 주요 도시에서만 조기 사망이 연간 9000명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일부 부문에선 경제적 피해가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를 인용해 “2100년에는 기후변화가 GDP의 10%가량을 깎아 먹을 수 있다”며 “10년 전 금융위기 때 입은 GDP 손실의 두 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부문별로 구체적인 피해도 예상했다. 예컨대 미 중서부의 옥수수 재배 농가는 수확량이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대형 산불이 매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정부 기구가 ‘기후변화 연구 프로그램’에 따라 발간한 네 번째 시리즈다. 과학자 300명을 포함해 총 1000여 명의 분석 인력이 참여했다.

이 같은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중국의 거짓 선동”이라며 기후변화 자체를 부인했다. 지난해 6월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명시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보고서가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 21일에도 미 동북부 지역에 기록적인 추위가 엄습하자 “무자비한 한파가 (한파) 기록을 죄다 갈아치울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거냐”고 조롱하는 트윗을 올렸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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