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州) 클라크스빌의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저녁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힌 채 시범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건물이 완공된 이 공장은 LG전자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생산시설이다.     /김현석 특파원
미국 테네시주(州) 클라크스빌의 LG전자 세탁기 공장이 저녁에도 대낮처럼 불을 밝힌 채 시범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건물이 완공된 이 공장은 LG전자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생산시설이다. /김현석 특파원
미국 테네시주(州) 내슈빌 공항에 내린 뒤 승용차로 24번 고속도로(I-24)를 타고 북서쪽으로 40여 분을 달렸다. 켄터키주 접경 부근에 새로 들어선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LG전자가 지은 클라크스빌 세탁기 공장이다.

작년 8월 착공한 공장으로 건물은 이달 초 완공됐고 생산라인은 이달 말 시범가동에 들어간다. LG전자 북미법인 관계자는 “회사가 미국에 지은 첫 생활가전 공장”이라며 “램프업(생산량 증대 작업)이 끝나면 연간 120만 대의 드럼 및 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장을 찾은 때는 오후 6시 무렵이었지만 공장 안팎에선 수백 명이 불을 밝혀놓고 장비 조정 등 마지막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을 넘겼지만 거대한 주차장엔 차량들이 빼곡했다.

LG "美시장 수성"…테네시 세탁기 신공장 '블프' 맞춰 생산 앞당긴다
지난 2월 미국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삼성·LG전자에 세탁기 시장 주도권을 내준 미국 월풀이 반복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청원한 결과다. 미 정부는 한국산 세탁기 120만 대까지를 저율관세 쿼터(TRQ)로 설정하고 TRQ 이하 물량엔 20% 관세를, 초과 물량엔 50% 관세를 물리고 있다.

올해 120만 대 저율관세 쿼터는 지난달 15일 모두 차버렸다. 추가 수입하면 50%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관세를 물어서는 가격쟁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삼성·LG전자의 세탁기 수입이 최근 전면 중단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는다. 미국 전체 소비의 30%가 이뤄진다는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연말 쇼핑시즌에 삼성·LG전자는 세탁기 판매에 관한 한 일부 비축한 물량으로 버텨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보니 할인 등 프로모션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저율 관세를 적용받는 새로운 120만 대 쿼터는 내년 2월이 돼야 되살아난다.

삼성·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300만 대 규모의 세탁기를 태국과 베트남 공장 등에서 들여와 팔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 관세를 내는 120만 대를 뺀 180만 대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그나마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초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세웠다. 기존 건물을 활용해 공장 가동이 빨랐다.

LG전자는 클라크스빌에 125만㎡ 부지를 구해 7만7000㎡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지금껏 2억5000만달러(약 2820억원)를 투자했다. 공장 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세탁기 시장을 수성할 수 있다. 밤낮 없이 가동을 서두르는 이유다.

삼성·LG전자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9.1%와 17.2%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의 삼성 17%, LG 14%보다 더 높아졌다. 미국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세탁기를 선호해서다. 반면 세이프가드 관세를 청원했던 월풀은 작년 상반기보다 0.6%포인트 줄어든 15.7% 점유율로 3위로 내려앉았다.

클라크스빌=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