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두둔한 데 이어 국제 유가 하락이 사우디 덕분이라며 치켜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법무부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담합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내려가고 있다”며 “미국과 전 세계를 위한 대규모 감세와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럴당 54달러의 유가를 즐겨라! 사우디에 감사를 표한다”며 “그러나 더 낮추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우리가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한다면 유가가 치솟을 것”이라며 “사우디는 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도왔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 없는 동반자로 남겠다”고 강조한 뒤 반인권적인 사우디 왕실에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OPEC의 석유시장 장악력을 억제하기 위해 담합 처벌 법안 마련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 증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OPEC 담합을 제재하는 법안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OPEC 회원국들은 다음달 6일 정례회의에서 내년 산유량에 대해 논의한다.

국제 유가는 이날 상승 전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2.3% 오른 54.63달러에 마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