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트럼트 발언 맹비난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저명 칼럼니스트 등 미언론은 자국 언론인 살해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계속 두둔하고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살해된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미국의 가치에 대해 배신이라고 혹평했다.

또 국가의 정책을 사업적,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20일 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의 판단을 도외시하고 계속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호함으로써 커다란 거짓과 사우디와의 동맹에 따른 미국의 혜택을 거듭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이미 드러난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나쁜 선택을 위해 미국의 현존 가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P는 CIA의 분석을 비롯, 피살 현장의 녹음 등 모든 정황이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과 관련된 진실을 말해주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을 절하하면서 사우디가 미국에 4천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등의 허황한 주장을 내세워 사우디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사우디 두둔에 "미국의 가치를 팔아넘긴 배신행위"
또 사우디가 실제로는 유가 인상을 위해 감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사우디가 (유가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지하자는) 자신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NYT도 이날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CIA의 결론과 미국의 가치를 외면하고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사우디 측의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증스러운 카슈끄지 살해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형식적인 비난도 가하지 않은 것은 언론인들과 해외 미국인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올해 33세의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동일한 목표를 가진 협력자라고 꼬집었다.

NYT는 터키 측의 오디오 녹음을 통해 이번 살해사건의 너무나 비인간적인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치나 도덕적 심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오만한 독재자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그들의 면책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돈과 피(血)를 바꾸는 괴기한 거래를 통해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희생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덕적 관념이 없는 멍청이' 대통령으로 지칭하면서 이는 끔찍한 조합이며 미국의 가치를 아무런 보상 가치도 없이 팔아치우고 있다고 개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의 조악한 현실정치'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사우디에 관한 그의 성명에서 미국의 가치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비난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미 대통령이 당면한 중동 정책의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무자비한 실용주의자로 간주하는 리처드 닉슨이나 린든 존슨과 같은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어느 대통령도 공개적인 성명에서 가치와 원칙을 준수하는 미국을 외면한 적은 없었다고 통탄했다.

WSJ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우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된 대소(對蘇) 강경 외교정책을 추진했으나 현실주의와 미국의 이상주의 간 균형을 유지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 이러한 균형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