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대도시에선 물건값을 현금으로 내면 약간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대부분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 찾아간 베이징의 싼위안리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손님들 중 현금이나 카드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중국에 모바일 결제가 확산된 것은 편리함 덕분이다. 모바일 결제 앱(응용 프로그램)과 은행 계좌를 연동시켜 놓으면 현금과 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상인들은 카드를 받아서 긁거나 거스름돈을 내주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결제대금이 즉시 입금돼 은행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상인들 입장에서 장점이다. 이날 장샤오화 씨(38)가 운영하는 과자 가게에서 한 손님이 앱을 켜고 벽에 붙은 QR코드를 스캔해 결제를 마치자 장씨의 휴대폰엔 곧바로 “30위안이 입금됐습니다”는 음성 안내와 함께 메시지가 전송됐다.

싼위안리시장 상인들에겐 모바일 결제의 장점이 한 가지 더 있다. 결제 서비스 업체에 주는 수수료가 싸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알리페이를 이용한 결제는 수수료가 전혀 없다. 예전엔 알리페이도 상인들로부터 결제금액의 1%를 수수료로 받았다. 하지만 작년 3월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알리페이를 수수료 제로로 이끈 것은 업체 간 경쟁이다.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싼위안리시장에선 재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계 2위 위챗페이가 이 시장 상인들과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경쟁 체제가 됐다. 지난해부턴 유니온페이도 뛰어들었다. 시장을 잠식당한 알리페이는 수수료를 0%로 낮췄다.

모바일 결제 회사 간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유니온페이는 얼마 전 시장 내 140여개 모든 상점의 간판을 교체해 줬다. 그러면서 간판 색상을 유니온페이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통일하고 회사 로고까지 넣었다. 장징 알리페이 마케팅팀장은 “우리가 수수료를 없애자 다른 회사들도 1%가 넘던 수수료를 0.5~0.6%로 내렸다”며 “시장을 지키기 위해 저금리 대출 등 부가 서비스를 상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업체들의 경쟁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와 대조적이다.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입금하는 방식은 제로페이도 알리페이 등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중국에선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수료가 내려갔다. 반면 정부와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은행들에 수수료 수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선의는 좋지만 시장 원리와 무관하게 관(官)이 주도하는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급자 간 경쟁은 가격을 낮춘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정부와 서울시의 역할은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제한하는 법·제도적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일일 것이다.


베이징=유승호 국제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