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유럽 31개국 총선결과 분석…강세 기조 이어질 듯
급부상 3대 요인은 대침체·난민사태·포퓰리즘 정당으로 변신


비도덕적이고 부패한 기성 엘리트층에 맞서 대중의 뜻과 바람을 대변하겠다고 주장하는 포퓰리즘이 무서운 기세로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특히 유럽 전역에 걸쳐 우파 포퓰리즘이 경쟁적으로 득세하는 양상을 띠면서 앞으로 이들의 활동 공간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유럽에 우파 포퓰리즘 득세…20년새 3배인 4명중 1명 지지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유럽인 4명 중 1명이 포퓰리스트 정당에 투표하고 있고 이는 20년 새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라고 보도했다.

이는 유력 정치학자들 30명 이상과의 협업을 통해 유럽 31개국의 총선 결과 및 수백 개의 정당을 분석한 결과라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20년 전만 하더라도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유럽 전체 대륙에서 약 7%의 지지를 얻어 주변부 세력에 그쳤다.

하지만 가장 최근의 선거 결과를 보면 이들 정당은 투표자 4명 중 1명의 지지를 끌어냈다.

말 그대로 변방에서 주류로 차근차근 성장해온 셈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같은 최근의 몇몇 중요한 정치적 전개 상황도 포퓰리즘의 높은 기세를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포퓰리즘은 기득권층에 맞서 일반인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어떤 민주주의 체제에서든 활력으로 작용한다고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반대쪽에서는 권력에 있는 포퓰리스트들은 언론과 사법 체계를 약화하거나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는 식으로 종종 민주주의의 규범을 뒤엎는다고 지적한다.

포퓰리스트 사이에서도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나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처럼 우파의 상승이 눈에 띈다.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차츰 권력을 잡거나 정부 내 한 자리를 차지한 것과 달리 약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상한 좌파 포퓰리스트들은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활약이 없다.
유럽에 우파 포퓰리즘 득세…20년새 3배인 4명중 1명 지지
유럽의 포퓰리즘은 1990년대 말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뒤 2000년대에는 동유럽에서 퍼졌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북상한 뒤 최근 수년간 유럽 주류인 서유럽으로 확산했다.

포퓰리스트들은 세계의 7대 민주주의 체제 국가 중 5개, 즉 미국과 인도,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에서 행정 권력을 장악하는 등 유럽만 이런 흐름을 타는 것은 아니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조지아대학교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카스 무드 교수는 유럽 내 포퓰리즘의 급부상 이유를 글로벌 금융위기 후 대침체(great recession), 난민사태, 비포퓰리스트 정당들의 포퓰리스트 정당으로의 변신 등 3가지를 꼽았다.

무드 교수는 "대침체는 남유럽에 몇 개의 강력한 좌파 포퓰리스트 정당을 낳았고, 난민사태는 우파 포퓰리스트들에게 촉매제가 됐다"며 "마지막으로 포퓰리스트 정당으로의 변신은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여당) 피데스와 (폴란드의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소셜미디어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장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벨기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오히려 세력이 위축되고 있으며, 핀란드에서는 연립정부에 가담한 포퓰리스트 정당이 두 쪽으로 갈라지기도 했다.

또 정부에 들어가더라도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사정으로 몰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에 예상된 우크라이나와 덴마크, 핀란드와 벨기에의 선거는 포퓰리즘의 향방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드 교수는 "단기적으로,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훨씬 더 명백하게 급진적인 우파 노선을 취하고 지역과 나라별로 큰 차이가 있더라도 이들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주요 문제는 비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