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책임이 빈 살만 왕세자에게 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CIA 보고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20일께 상세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CIA가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빈 살만 왕세자가 연루돼 있다는 결론에 매우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세자 개입을 부인해온 사우디 정부 주장과는 정반대 결론이다.

미 국무부는 이 보도가 나온 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최종 결론을 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며 “미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사우디는 국제 유가를 두고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다음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일일 산유량을 약 140만 배럴 줄이는 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에 대비,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개적으로 사우디 등 산유국의 증산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 등 OPEC 국가들은 미국이 이란 제재 완화로 인한 원유 수급 변화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 탓에 유가가 급락했다고 여기고 있다. WSJ는 “사우디 관료들이 미국의 불투명한 태도에 불만을 품고 미국과 독립적으로 석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