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지난달 신규 대출이 전달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고 소비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월 신규 위안화 대출이 6790억위안(약 11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전달의 1조3800억위안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 전망치인 8740억위안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달 사회융자총액도 7288억위안에 그쳐 전달(2조1700억위안)의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작년 1월 이후 최저다. 사회융자총액은 위안화 대출과 외화 대출, 신탁 대출, 기업 채권 등 실물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네 차례 인하하며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은행들에 대출을 독려했지만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전형적 현상인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동성 함정은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 신규 대출 중 기업 대출은 1503억위안으로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올 1~3분기 기업대출 비중이 전체의 54%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할 때 상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롄핑 교통은행 수석 분석가는 “신규 위안화 대출은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주요한 자금원 중 하나”라며 “기업들이 향후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은 3조5534억위안으로 작년 동기보다 8.6% 증가하는데 그쳐 전달 증가율(9.2%)을 크게 밑돌았다. 10월 증가율은 지난 5월(8.5%) 이후 5개월 만에 최저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1월까지 두 자릿수를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선 한 자릿수로 굳어지는 추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고정자산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증가해 전달(5.4%)보다 소폭 개선됐다. 10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보다 5.9% 늘어 전달 증가율(5.8%)을 약간 상회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