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서부·북서부 산불 80% 진화…벤추라 산불은 여전히 거세브라운 주지사 "크리스마스 때까지 화마와 맞서 싸워야 할 듯"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에서 동시다발로 발화한 초대형 산불이 2주째 확산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LA) 인근 산불은 속속 불길이 잡히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를 낸 벤추라 산불은 북서부 해안도시 샌타바버라 쪽으로 번지고 있다.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소방당국과 미 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LA 북서부와 북부·서부, 샌디에이고 북동부 등 6곳에서 발화한 대형 산불로 지금까지 20만 에이커(약 810㎢)가 불에 탔다.서울시 전체 면적(605㎢)보다 30% 이상 넓은 범위다.건물·가옥 792채가 전소해 파괴됐고 2만여 채가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주민 21만여 명이 대피했으며,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고 수십 명이 화상·부상을 당했다.LA 북부 실마 카운티와 서부 부촌 벨에어에서 발화한 크릭 산불과 스커볼 산불은 최고 90%에서 75%의 진화율을 보이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대피령이 대부분 해제됐고 급하게 짐을 챙겨 집을 떠났던 주민들도 귀환하고 있다.샌디에이고 인근 본살 지역에서 발화한 라일락 산불도 진화율 50%를 기록하면서 고비를 넘겼다.은퇴자 마을과 목초지를 많이 태웠지만 바람이 더 강해지지 않으면 크게 확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LA 북서쪽 벤추라에서 지난 4일 가장 먼저 발화한 토머스 산불이 여전히 강한 기세로 타오르고 있다.토머스 산불로 불에 탄 면적은 17만 에이커(약 690㎢)에 달하며 진화율은 여전히 15%에 불과하다.이 지역에서 첫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주민 8만8천여 명이 대피했다.최초 발화 지점인 샌타폴라와 벤추라에는 대피령이 해제됐으나 불길이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북서쪽으로 점점 번지고 있다.특히 불길이 유명한 관광도시 샌타바버라 쪽으로 번져 소방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샌타바버라 카운티는 새로 주민 대피령을 발령했다.샌타바버라 중심으로 향하는 곳에 있는 카핀테리아, 몬테시토 지역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샌타바버라 카운티에서 8만여 가구가 정전됐다.이 지역에는 작은 협곡이 많은데 불이 일종의 굴뚝효과를 일으켜 협곡을 타고 번져나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국립기상청(NWS)은 "새로 산불이 번진 지역은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LA와 벤추라 지역에는 산불 경보(레드 플랙)가 계속 내려져 있다"고 말했다.기상청은 시속 80㎞의 강풍이 다시 불어 불길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기상청은 샌타바버라 등 산불 피해 지역에 앞으로 10∼14일 동안 비가 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예보했다.벤추라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은 일상이 돼 간다.주민들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불이 생명과 재산, 이웃을 위협하고 있다.기후변화로 인해 먼일 같았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십수 년 간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브라운 지사는 "어쩌면 크리스마스 때까지 화마와 맞서 싸워야 할지 모른다"며 사투 중인 소방관들을 격려했다.그는 "대기과학자들은 말 그대로 캘리포니아가 불타오르고 있다고 한다.소방인력과 식생을 관리할 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이번주 잇달아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신(新)태평양 외교·안보 전략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뼈대로 하는 중국의 아시아 주도권 확보 전략이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오는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13~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EAS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신 나서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이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인프라 개선을 위해 최대 600억달러(약 67조7400억원)를 지원하되 일본과 호주도 동참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내놓은 ‘인도·태평양전략 경제비전’을 구체화한 것이다.미국은 인도·일본·호주와 함께 역내 항행의 자유, 법의 지배, 공정 무역을 확고히 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미끼로 주변국들을 일대일로에 참여시킨 뒤 부채를 갚지 못하면 인프라 운영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을 겨냥해 한층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얼리사 파라는 “펜스 부통령은 권위주의, 침략,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미국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중국은 트럼프 대통령 부재를 기회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외교전에 뛰어들어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지역 내 영향력 강화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국제회의 참석 외에 파푸아뉴기니, 브루나이공화국, 필리핀 등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중국은 지역 내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타결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후 중국은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를 대안으로 내세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중국과 외교·안보적으로 대립 관계인 일본도 통상 이슈에선 중국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추진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언론들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지역 내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의 APEC·아세안 정상회의 불참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미국과 중국이 이번주 잇달아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치열한 외교전을 벌인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외교전에 뛰어드는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나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아시아 각국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시 주석은 중국이 주도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기 타결에, 펜스 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전략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의 우군 확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12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13~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EAS에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가한다. 미국 대통령의 APEC·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펜스 부통령은 일본 싱가포르 호주 파푸아뉴기니를 순방하면서 디지털 경제, 에너지, 인프라에 관한 협력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과 호주가 참여해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인프라 건설을 돕는 내용이 핵심이다.미국은 최대 600억달러(약 67조7400억원)를 이 사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지난 7월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 얼리사 파라는 “부통령은 권위주의, 침략, 다른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미국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 부재를 틈타 외교전에 나선 시 주석은 국제회의 참석 외에 파푸아뉴기니, 브루나이공화국, 필리핀 방문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철회 이후 대안으로 떠오른 자유무역협정인 RCEP 조기 타결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를 내세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미국 언론들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지역 내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뒤이어 열린 파리평화포럼에 불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포럼에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