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달러화 대비로는 약세지만 유로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다른 주요 통화에는 강세를 보이자 일본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실질적으론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스텔스 엔고(高)’가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을 위험이 작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들어 달러당 엔화 값은 113.50~113.90엔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연초 엔·달러 환율이 108~112엔이었던 것에 비하면 엔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했다. 하지만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는 연초에 비해 6.31%, 파운드화 대비로는 2.19% 올랐다. 위안화 대비로도 엔화 값은 5.08% 상승했다.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러시아 루블, 인도 루피 등 다른 주요 신흥국 통화에 비해서도 강세를 보였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엔화 실효환율은 올 들어 5%가량 하락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위안화 등이 모두 약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이들 통화에 비해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실질적인 엔화 강세 현상이 진행되는 스텔스 엔고가 일본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수출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 수출에서 유로화와 파운드화로 결제가 이뤄지는 비율이 55%이고, 달러화 표시 결제는 1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수출 경합 업종이 많은 한국 및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며 “달러화 대비 엔화 값만 보고 엔화 환율을 논하는 것은 실상을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