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트립정션을 창업한 미호 벡 CEO(오른쪽)와 김태진 COO.
이스라엘에서 트립정션을 창업한 미호 벡 CEO(오른쪽)와 김태진 COO.
“한국이나 일본에 살았다면 40대 주부가 벤처기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겠죠.”

지난 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난 미호 벡 트립정션 최고경영자(CEO)와 김태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입을 모아 이스라엘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 정책을 칭찬했다. 트립정션은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과 중국 등의 젊은이들에게 민박집과 문화체험을 주선하는 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내년 초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제휴사를 모집하고 홈페이지와 앱(응용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벡 CEO와 김 COO는 각각 일본과 한국 출신으로 이스라엘 남성과 결혼해 텔아비브에 정착했다. 자녀 두 명씩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벡 CEO가 지난해 창업 준비를 시작한 뒤 옛 직장동료인 김 COO에게 합류를 제의했다. 김 COO는 망설이지 않고 컨설팅사업을 정리하고 함께 트립정션 창업 준비에 나섰다.

사업 아이디어만 좋으면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창업을 결심한 계기였다. 벡 CEO는 “처음 사업 준비를 시작한 곳은 텔아비브 인근 소도시의 시청에 있는 창업지원센터”라며 “이스라엘엔 인구 5만~6만 명 소도시에도 벤처지원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성만 평가받으면 누구나 투자받을 수 있어 돈이 없어도 된다”고 했다.

10년 넘게 이스라엘 생활을 하면서 배운 ‘후츠파 정신’도 이들을 창업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다. 후츠파는 ‘담대함’ ‘저돌성’ 등을 뜻하는 말로 이스라엘 도전정신의 밑바탕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계질서와 권위에 눌리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후츠파 문화는 이스라엘 창업정신의 근간이기도 하다.

텔아비브=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