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주주들은 애플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아밋 다르야나이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

애플이 4분기부터 아이폰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갑작스럽게 밝힌 뒤 월스트리트에서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줄어드는 아이폰 판매량을 감추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이폰 판매량 비공개 후폭풍…애플 주가 6.6% 폭락
지난 2일 애플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6.63%(14.74달러) 급락한 207.48달러로 마감했다. 2014년 1월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상장사로는 처음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었으나 ‘시총 1조달러’ 지위도 위협받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결정은 투자자들에게는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포천도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투자자를 실망시키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지난 1일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실적 발표 때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PC 판매량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XS, 아이폰XR 등 애플 제품이 다양한 가격으로 구성돼 판매량만으로는 매출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판매 대수가 매출 증가율 등을 설명할 수 없는 ‘의미 없는 수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애플은 그동안 선도적으로 판매량을 공개해왔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아마존이 전자책 킨들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을 때 “보통 뭔가를 많이 팔면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 몇 년간 정체되거나 감소해왔다. 지난 3분기 판매량도 4689만 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애플은 대신 대당 평균 판매가(ASP)를 높여 매출을 유지해왔다. 제프리 크발 노무라인스티넷 애널리스트는 “정보 공개를 갑자기 중단하는 건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걸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