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선거)어디에나 트럼프가 있다.”(댄 발츠 워싱턴포스트 정치전문기자)

“이번 선거는 적어도 대공황 이후 어떤 선거보다 가장 전면적이고 분열적인 ‘행정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다.”(게리 제이콥슨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치학 석좌교수)

이틀후(11월6일·미 현지시간)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중간선거는 원래부터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그런 경향이 심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중간선거 한복판에 뛰어들어 모든 이슈를 자신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방불케하는 트럼프 중간선거 캠페인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나면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한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에도 미시시피주 공화당 지지유세에서 “내가 출마하지는 않지만 (이번 선거는)나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말한게 대표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격전지에 얼굴을 비치는 것도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서만도 1일 콜럼비아주, 2일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3일 몬태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지지유세를 한데 이어 4일엔 조지아주와 테네시주로 날아갈 예정이다. 2016년 대선 레이스를 방불케하는 강행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전국 투어’는 단지 공화당 후보 지지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2020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집회 타이틀부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상·하원 후보자 지지유세인데도 유세 현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독점하다피시하며 미국 경제의 호황과 일자리 증가,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 개정, 중국과의 무역전쟁, 북한 핵·미사일 위협 제거 등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기 바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핫이슈인 ‘반(反)이민 정서’를 공격적으로 건드리는 점도 이번 선거가 ‘트럼프 찬반선거’로 흐른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캐러밴(이민자 행렬)에 대해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거나, 헌법상 권리로 인식돼온 ‘출생시민권’을 “미친 정책”이라고 공격할 때마다 보수층 유권자는 환호하는 반면 진보성향 유권자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CNN 시사 프로그램 ‘GPS’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트럼프는 성격을 달리하는 상원과 하원 선거를 자신이 정의한 어젠다를 놓고 치르는 단일 국민투표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트럼프당, 민주당은 반트럼프당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편가르기’와 ‘반대파 공격’을 선거 승리의 공식으로 내세울 정도다. 그는 1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적들을 비판하는게 선거 승리이 도움이 됐다. 지지자들은 내가 ‘국민의 적’이란 레토릭(수사)을 드높일 때 더 열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은 미 정치권의 정치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미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달 22~28일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지지율은 89%에 달한 반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로부터는 6%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데 반해 민주당 내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한인 풀뿌리 운동을 하고 있는 김동석 재미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이기든 지든 ‘트럼프 당’이 되고, 민주당은 과거에는 적지 않았던 ‘블루독(공화당 후보를 찍는 민주당원)’의 입지가 줄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과거 공화당은 자유무역과 동맹을 옹호하고 이민에 대해서도 비교적 관대했지만 지금 공화당은 이와는 거리가 먼 ‘트럼프 노선’을 따르는 당으로 바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정계은퇴 선언이나, 2016년 대선 때 정적이었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위기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일화는 공화당이 ‘트럼프당’으로 바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지지층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50%에도 못미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유권자의 호감도는 42%로 비호감(54.3%)보다 낮다. 지난해 1월 취임 초(호감 42.3%, 비호감 50.6%)보다 나아진게 없다. 이번 중간선거 최대 승부처인 하원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인기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낮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도는 27~28%대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가르기 정치’를 계속하는 배경 중 하나다. 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명보다는 차라리 욕먹는게 낫다’는 전략으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는데 비해 민주당은 이슈 주도력이 떨어진다”며 “민주당이 트럼프의 선거 전략에 말렸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후유증 우려

지금 구도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2020년 재선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공화당이 ‘트럼프당’으로 바뀌면서 당내에서 확실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다 민주당 지도부는 인기가 낮고 차기 주자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재선에 실패할 것이란 응답이 47%로 더 높았지만 3월 조사 때(재선에 성공할 것 40%, 재선에 실패할 것 54%)보다는 재선 확률이 높아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가르기식 정치’가 정치적 양극화는 물론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 CNN 등 ‘반트럼프 진영’에 연쇄적으로 폭발물 소포를 보낸 사건은 이런 점에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공화당 성향 비평가인 찰리 사이크스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1000마일 밖의 캐러밴이 아니라 이미 이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