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 머물던 사우디 국왕의 친동생이 돌연 귀국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권자로 통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사우디 왕실 내부의 권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카슈끄지 후폭풍…사우디 왕실 권력 재편 조짐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친동생인 아흐마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사진)는 수개월간의 자진 망명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27일 사우디로 귀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왕실 내부의 권력이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또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왕실 원로들이 카슈끄지 사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 외교관은 “아흐마드 왕자의 귀환은 왕실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전통적인 통치 방식을 되살리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아흐마드 왕자가 사우디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던 것도 살만 국왕으로부터 안전을 미리 보장받았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

아흐마드 왕자는 살만 국왕의 친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살만 국왕이 왕위 계승 서열 1위였던 조카 무함마드 빈 나이프를 축출하고 아들인 빈 살만을 왕세자로 올리면서 이들 형제 사이가 틀어졌다. 아흐마드 왕자는 이후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6월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이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은 빈 살만은 그간 국가수비대와 내무부를 손에 쥐고 사우디 1인자로 군림해왔다. 그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의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