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사진)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중국 경제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수뇌부인 중앙정치국은 전날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일부 기업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쌓인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예측성을 강화해 적기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경기 둔화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인 지난 8월 열린 회의에서는 “일련의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치인 6.5%를 기록하면서 미·중 통상전쟁 여파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 주석은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위기 극복을 위해 개혁·개방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정치국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 개혁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또 AI를 국가 운명을 좌우할 ‘선두 기러기’에 비유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차세대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적 기술”이라며 “이끄는 힘이 매우 강력한 선두 기러기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AI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은 중국이 차세대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의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의 문제”라며 “차세대 AI를 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계획을 세우고 기초를 다질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와의 거래를 금지시키는 등 압박을 강화하는데도 불구하고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은 이번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주 열릴 예정인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시진핑 집권 2기 경제 운용 기조를 확정할 계획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