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3개국…美·加·豪 등 영미법계·팽창주의 영향받은 중남미 다수
[팩트체크] "출생시민권은 미국이 유일" 트럼프 발언 맞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30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이는 말도 안 된다.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 큰 차이가 있다.

출생시민권은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미 영토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법률상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제1절에서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속지주의는 자국에 있는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다.

국가나 관할 지역이라는 '장소적 요소'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민족, 인종 등 '인적 요소'에 중점을 둔 원칙이 바로 '속인주의'다.

세계적으로 속지주의를 채택한 국가로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 영미법계 국가 상당수와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포함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단체인 '넘버스(Numbers) USA'가 만든 자료를 근거로 33개 국가가 자국 내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전했다.

법학계에 따르면 속지주의 원칙을 채택한 국가들은 미국처럼 과거 이민자를 받아들여 설립한 국가나 '팽창주의' 정책에 따른 본국-식민지 시기를 경험한 국가 상당수가 해당한다.

한국공법학회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헌법)는 "속지주의는 인적 요소에 의한 것보다 장소적 요소에 중점을 두는 법률 체계"라며 "미국과 같이 과거 이민으로 인해 국가를 만든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근대 식민지 쟁탈전에 나섰던 영미법계 계통의 국가와 팽창주의 정책의 영향 아래에 있었던 국가들에서 특히 속지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영미법계 국가의 사례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며 팽창주의에 따른 식민지 시절을 경험한 나라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국가들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본국과 식민지 사이에서 국민을 뚜렷하게 구별하는 원칙이 속지주의"라며 "이는 장소적 의미 또는 공간적 개념을 특히 중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민족, 인종 등 혈통을 강조하는 '속인주의' 경향이 강하다.

이는 과거 가족주의 내지 종족주의라는 문화적 풍토의 영향을 받았다는 배경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