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총회 산하 군축을 담당하는 제1 위원회에서 부결됐다고 AP와 AFP통신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위원회는 전날 러시아가 제출한 ‘INF 지지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투표한 끝에 찬성 31개국, 반대 55개국으로 부결 처리했다. 54개국은 기권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매우 정치적인’ 결의안인 데다 결의안 제출 시한(10월18일)마저 넘겼다며 반대에 앞장섰다. 기권표를 던진 일부 국가는 INF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룰 것을 요구했다.

INF 조약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조약상 금지돼 있는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는 등 조약을 어겼다며 탈퇴 방침을 밝혔다. 이날 유엔총회 1위원회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AP통신에 “추가적인 긴장 조성을 막고,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게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반대 또는 기권한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측은 “INF 유지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정작 결의안에는 반대하거나 기권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는 유엔총회에 곧바로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