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에 현역군인 1천명 배치…트럼프 "방향 돌리라" 트윗
미국, 중미 캐러밴 맞서 국경폐쇄…反이민 행정명령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캐러밴·Caravan)들의 망명 신청권을 거부하고 이들을 상대로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캐러밴에 맞서 최대 1천명에 이르는 현역 군인을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캐러밴을 막기 위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2017년초 반(反) 이민 행정명령인 '트래블 밴'(Travel Ban)과 비슷한 비상권한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국적자의 난민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법원의 잇따른 저지로 성사시키지 못한 바 있다.

검토 중인 초안은 박해를 피해 미국 땅을 밟은 외국인에게 망명을 신청할 권리를 부여하는 법규 적용을 잠정 중단하고 국가안보 사안으로 이들 캐러밴의 입국을 막게 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국적법 212조항에 따른 권한을 이용해 미국의 국가이익에 반하거나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난민들을 망명 신청 부적격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국경지대의 주(州) 방위군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역 군 장병들을 미국 남부에 파견하는 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AP,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군 병력 투입 규모는 800∼1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현역 군인은 차량 물류 지원, 텐트, 장비 보급과 함께 국경순찰대 지원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익명의 한 관리가 전했다.

이미 국경 지대에는 2천명의 주방위군도 투입된 상태다.

그간 주방위군이 국경경비를 지원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지만 현역 군인들이 남부 국경지대에 배치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미국의 국경 경비는 군대가 아닌 국경순찰대가 맡고 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러밴 문제를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행렬 길이가 1.6㎞에 달하는 이들 캐러밴은 25일(현지시간) 현재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마파스테펙에서 미국 국경을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중미 캐러밴 맞서 국경폐쇄…反이민 행정명령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캐러밴 사람들'은 방향을 돌리라(turnaround)"며 "우리는 결코 미국 땅에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라. 만약 정말로 미국 이민을 원한다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미국 시민권을 정식으로 신청하라"고 했다.

그는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캐러밴에 신원 미상의 중동인들이 섞여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은 이들을 국경에서 멈춰 세우는 것은 법적으로 어렵다면서 캐러밴을 격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국가비상 사태'에 군 부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주방위군이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현역병을 추가로 배치키로 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올초 매티스 장관은 4천명에 이르는 주 방위군의 국경지대 투입을 위한 계획을 승인했고 이에 따라 지금까지 2천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를 마쳤다.

매티스 장관이 승인권을 갖고 있는 현역병 800명의 추가 배치는 국경순찰을 맡고 있는 국토안전부 요청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안전부는 국방부에 공수, 물류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현재 허리케인이나 홍수 등 재난 지역에 폭동 진압, 구호 작업을 위해서만 자국내에 군 병력을 배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은 의회의 특별 승인이 없는 한 현역 군인을 미국내 사법 집행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경지역 군사화를 경계하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1997년 텍사스에서 18세의 양치기 목동이 마약소탕 작전을 지원하던 해병대에 의해 사살된 이후 강화됐다.

이번에 배치되는 현역 군인들도 무장 경비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에서 국경순찰대와 군을 향해 "'캐러밴' 문제는 국가적 위급상황"이라며 경계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국경 지역을 맡고 있는 군 부대에 어떤 새로운 명령도 하달한 상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위스콘신 선거 유세장에서 이를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음 몇주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매우 안전한 국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군은 준비돼 있다.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