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토마 피케티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무역전쟁이 아니라 계급투쟁"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지적한 좌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는데요. 그의 저서가 출간된 후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피케티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습니다. 세계 경제학계에서는 불평등 연구가 급속하게 늘었고 세계화가 불평등에 미치는 악영향과 불평등이 정치지형에 끼치는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들도 잇따랐지요.

피케티 교수는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무역전쟁이라기보다는 계급투쟁에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무역전쟁을 이용해 빈곤층의 불만을 무마하고 실제로는 부유층 친화정책을 펼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더 큰 문제인 계급 갈등을 감추기 위해 관세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무역전쟁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명한 그들만의 정치 전략”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중대한 리스크는 무역전쟁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계급투쟁에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이 무역전쟁 정책이 아니라 더 계급투쟁적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약속과 같은 정책을 꼬집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중산층에 대해 세금을 10% 감면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요. 지난해 12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는 내용을 포함한 전면적 세제 개편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이목을 끌었는데요.

피케티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외부의 위협, 다시 말해 중국을 이용해 빈곤층의 지지를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막상 미국 정부는 빈곤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세금 감면이나 보호무역주의 등 부유층 친화 정책을 펴면서 말이지요.

그는 “당신이 포퓰리스트 리더라면 쉬운 해결책이 있다. 만약 불평등이 확대되는 데 따른 이득을 얻으려면 세계화로 인해 혜택을 보지 못하는 빈곤층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보시오,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판받아 마땅하고, 해외 국가가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하고, 중국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피케티 교수는 “언제나 비난의 대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피케티 교수는 “국가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고 공공의 부의 비중을 확대하는 두 가지 정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급진좌파의 경제정책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